문학/自作詩

가을비

충암 이영길 2016. 9. 29. 22:03

 



        가을비 / 충암 이영길

         

        거센 폭염으로 몽니를 부리던

        여름은 한줄기 가을비에

        힘없이 사그라지고

        코스모스 춤사위타고 가을이 왔다

         

        에어컨은 계면쩍게 구석에 서있고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던 선풍기도

        방 한쪽에 얌전히 있다

        가을비가 주고 간 일변한 정경이다

         

        세월의 물결에 밀려

        나도 할 일 잃은 에어컨처럼

        삶의 언저리에 맥없이 서서

        삶의 흔적에 추억을 덧칠해 본다

         

        붉게 물드는 노을 속으로

        하늘도 땅도 황홀하게 잠기고

        주황빛 사랑으로 물든 마음엔

        연초록 행복이 송글송글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