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때의 저명한 시인 석북(石北)신광수(申光洙;1712~1775)가
고향 한산의 숭문동(崇文洞)에 머물때 썼다,
복사꽃 활짝 피어 눈부신 세상이 되면 누군들 들로, 산으로
꽃구경 가고 싶지 않으랴?
내가 사는 마을에도 복사꽃이 피고 있다. 들썩이는 기분을
못 이겨 발길 가는 대로 꽃을 구경하는데 꽃을 구경하는데
시인의 귀에는 제철을 만난 새들의 흥겨운 지저귐이 들려온다.
세상사가 험하게 변해 가든 말든 아랑곳없이 자연의 생명은
활기차게 되살아난다, 저녁이 되어 바람이 머리카락 날리는
냇가에 서서 들녘을 바라본다.
그때 가슴에서 뭉클하게 가정이 솟구쳐 도저히
억누를 길이 없다.
봄날의 찬란한 활기에 가슴 벅차오른 시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복사꽃이 아닌 시인으로 제목을 붙인 이유이다.
안 대 희 (성균관대 교수 - 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