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 이영길
2018. 7. 24. 19:12
♣ 스승의 가르침 ♣
당나라 때 불법에도 밝고 여러 학문에도 뛰어난 협산(夾山)이라는
스님이 법문을 설할 때면 대중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 날도 다름없이 대중들이 법당과 마당에까지 꽉 차서
협산 스님의 법문을 경청했다.
한 사람이 스님에게 물음을 던졌다.
“어떤 것이 법신(法身)인지요?”
“법신에는 상(相)이 없습니다.”
“그럼 무엇이 법안(法眼)인지요?”
“법안에는 티끌이 없습니다.”
거침없는 협산의 답변에 대중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헌데 구석자리에서 허름한 승복을 걸친 한 노스님이
실소를 터뜨리는 것이었다.
협산은 내심 언짢을 만도 한데, 아무 내색 없이
노스님에게 다가가 예를 갖췄다.
“스님, 제 답변이 잘못되었는지요?”
“틀린 데라고는 없으나, 안타깝게도 스승의 가르침이 없네.”
“소승에게 눈 밝은 스승을 가르쳐주시겠습니까?”
“가르쳐주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그대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니
마음에 걸리네. 이름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가르쳐줌세.”
협산은 그 길로 자신이 누리고 있는 명예와 지위를 벗어던지고,
노스님이 귀띔해 준 대로 길을 떠났다.
마침내 어느 강가에 이르러,
나룻배를 부리는 늙은 사공에게 예를 갖추었다.
그 사공이 바로 노스님이 귀띔해 준 천하의 눈 밝은 스승이었던 것이다.
뱃사공이 대뜸 물었다.
“스님께선 어느 절에 머무르는 게요?”
“절이란 머무는 곳이 아니니, 머무름은 아닌 듯합니다.”
그러자 뱃사공이 난데없이 협산을 걷어차 물에 빠뜨리고는 외쳤다.
“어서 말해 보시게, 어서!”
협산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간신히 숨을 토하고서
말문을 떼려하자, 뱃사공이 노로 머리를 짓눌러 다시금 물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렇게 몇 번을 되풀이하자, 협산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모든 것들이 깡그리 사라지고 텅 비어버렸다.
바로 그 순간, 협산은 홀연히 깨달았다.
☞ 최진 《노자와 똥막대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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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여 힘겨운 날이 오거든 ◑
세상의 시인들이 사랑이라는 낱말 하나로
수많은 시를 쓰듯이
살아가는 동안 행여 힘겨운 날이 오거든
사랑이라는 낱말 하나로 길을 찾아가십시오.
시인들의 시처럼 길이 환하게 열릴 것입니다.
사랑은 마음속에 저울 하나를 들여놓는 것 두 마음이
그 저울의 수평을 이루는 것입니다.
한쪽으로 눈금이 기울어질 때 기울어지는 눈금만큼
마음을 주고받으며 저울의 수평을 지키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꽃처럼 고운 날도 있지만 두 사람의 눈빛으로
밝혀야 될 그늘도 참 많습니다.
사랑한다면 햇빛이든 눈보라든 비바람이든 폭죽처럼 눈부시겠고
별이 보이지 않는 날 스스로 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 공중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아득해질 때
당신이 먼저 그 빗방울이 스며들 수 있는 마른 땅이 된다면
사랑은 흐르는 물에도 뿌리내리는 나사 말처럼
어디서든 길을 낼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보물섬 지도보다 더 빛나는 삶의 지도를 가질 것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당신이 있어 세상은 정말 살만 하다고
가끔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아름다운 날이 올 것입니다.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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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정든 삶,정든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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