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명(考終命)
오복(五福) 가운데 하나가 '고종명(考終命)'이다.
고종명이란 천수를 누리고 편안하게 죽는 것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잘 죽는 것이 고종명이다.
오복 가운데 하나로 고종명을 포함시킨 것을 보면
옛날 사람들도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 것인가를 고민했던 것 같다.
잘 죽는 것의 요체는 평화스러운 죽음이다.
평화스러운 죽음은 우선 고통 없는 죽음이다.
고통이 전혀 없을 수는 없고, 되도록이면 덜 고통받고 죽는 죽음이 고종명이다.
죽음이 임박하면 자기 호흡 수를 헤아린다.
평상시의 호흡 빈도보다 호흡이 점점 가빠오면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짐작한다.
호흡의 숫자를 세어보고 내가 언제쯤 죽겠구나를 미리 예측한다고 한다.
그다음에는 자기의 생명 에너지가 5% 정도 남아 있을 무렵, 명상에 들어가서 의도적으로 유체(幽體)를 이탈시킨다.
자기의 육신에서 미리 혼을 빼내 버리는 방법이다.
생명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어 버리면 유체를 의도적으로 이탈시킬 수 있는 힘도 없어진다.
마지막 5% 남아 있는 힘을 이용해서 죽음을 앞당기면 평화스러운 죽음을 맞는 셈이다.
불교의 선승(禪僧)들이 죽을 때 앉아서 죽는 '좌탈입망'도 고종명의 한 방법이다.
내 짐작에는 좌탈입망도 5% 남아 있을 때에 미리 당겨서 죽는 방법이다.
신선들은 어떻게 죽는가? 우리나라 신선들의 행적을 기록한 '청학집(靑鶴集)'이나 '해동전도록(海東傳道錄)'을 보면
신선들은 자기의 죽는 모습을 주변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다. 청학상인(靑鶴上人)은 제자들을 불러 놓고 "나는 이제 세상과 인연을 끊어야 하겠다" 하고 정월 보름날 새벽에 일어나 지팡이를 짚고 대란산(大蘭山)의 안개 속으로 들어간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지리산에서 살았던 진주 태생 산악인 허만수(1916~1976)도 평소 지인들에게 "나는 죽을 때 아무도 찾지 않는 칠선계곡에 들어가 죽을 것이다. 나를 찾지 말아라!"는 말을 남겼다.
1976년 6월 어느 날 그는 지리산에서 종적을 감췄다.
평소에 봐두었던 칠선계곡의 어느 동굴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후인들은 짐작할 뿐이다.
'존엄사'를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을 보고 생각나서 적어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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