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안부 전달 방법
편지를 쓰는 것은 언제나 가슴 가득 궁금한 안부를 싣고 있다.
안부가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던 시절도 있었다.
전화도 없고 해서 소식을 들으려면 찾아가거나 편지를 보내고 받아 안부를 알 수 있었다.
세월은 참 좋아지고 지금은 일부러 편지지를 꺼내 힘들게 쓰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다.
이메일을 알면 컴퓨터로 작성을 해서 보낼수도 있고 발전된 문명의 이기인 휴대폰으로 편지를 보내고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잠시 손가락을 몇 번만 두두리면 글씨가 써지고 전송 버튼을 누루면 금세 상대방에게 전해지는 이처럼 편안한 세상에서 누리며 사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컴퓨터 화면이나 휴대폰 화면으로 읽는 편지는 무언가를 채워지지 않고 잃어버린 듯한 허허로움이 있다.
감칠맛 나는 안부의 절절함이나 진솔한 그리움 같은 것을 보여주지 못한 조금은 허술한 구석이 있다.
편지지를 꺼내 볼펜이나 만년필로 써 내려간 필적을 더듬으며 더욱더 간절한 안부를 보내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한때 내가 이끄는 모임의 회원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써서 보낸 적이 있었다.
일부러 만년필을 사고 잉크를 적셔 써서 보낸 편지를 받고는 반갑다며 찾아오던 사람도 있었고 전화를 걸어 자신은 '편지를 쓰는 재주'가 없다며 미안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한장의 편지를 써서 복사기로 복사를 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매월 한장의 편지를 보낼때만해도 이렇게 편리한 시절이 오리라 생각을하지 못했었다.
장거리 전화역시 일일히 전화국 교환을 통해야 연결이 되던 시절에도 불편함이 없이 살아왔고 다이얼을 돌리고 통화를 할수 있는 지난 날의 영화속에서 의 삶처럼 지내던 시절도 있었다.
고향집에 전화를 할려치면 어머니는 전화비 많이 나온다며 안부를 물어보기도 전에 "다 잘있으니 걱정마라.." 하시며 전화를 끊기도 했었고.
전화가 없는 이웃집에 연결을 해줄때는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었다.
자동차 뒤에 긴 안테나를 사막의 여우원숭이 꼬리처럼 세우고 달리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던 시절 역시 돌아보면 참으로 순진스럽고 풋풋한 재미있는 시절이였다.
카폰이라는 게 유행을 할 때 나 역시 안테나를 뒤에 올리고 차를 타고 가면서 전화를 받고 걸며 그게 큰 위세처럼 보이려 했던 졸부 시절을 돌아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모토로라' 회사의 작은 장작 만한 카폰의 시대를 지나 점점 더 디자인과 용도가 바뀌고 난 후에 지금 삼성, 엘지, 라는 우리나라의 유수한 휴대폰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것을 보며 새삼 나라의 자부심을 느낀다.
오래전에 같은 모임을 한 학교 후배가 카톡을 보내왔다.
전화를 해도 되련만 이제 은퇴를 하고 나서 사무실을 내세울수 없는 처지인듯 휴대폰 번호가 변경이 되지 않았으니 한번 시도를 해 본듯했다.
나도 답장을 보냈다. 돋보기를 쓰고 하나하나 철자법에 맞추어 글을 올리고 보내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기에 반가웠다.
"건강이 제일" 이라며 지나는 길에 들리면 "점심이라도 같이 하자"는 말이지만 그 몇 마디 말로 옛정을 다 채울 수는 없어 보였다.
아마도 그 후배 역시 마음먹은 대로 달려와 조우할 수 있는 처지일까 조심스럽기도 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부터 휴대폰을 욕심낸 것보다는 편리함 때문이였다.
수많은 쓰임새를 일일이 알수 없기에 전화를 걸고 받는 방법과 카톡이라는 앱을 깔고 편지를 주고 받는 법을 익혀 아주 기본적인 것을 스스로 쓰다 보니
값이 비싼 게 필요 없음에도 꽤나 값이 비싼 것을 구입해 매월 지출되는 비용이 아깝기도 해 다음엔 기본 사양만을 쓸 수 있는 기기로 바꾸려 한다.
전화번호를 오래 간직해도 지난시절의 그리움은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하지 않아 차마 먼저 전화나 소식을 보내지 못한다.
그리고 모두 은퇴를 한 상태이기에 내놓고 반가워하며 달려갈 수도 없는 입장이라 서로 기본적인 안부를 전하고 살아있슴을 확인하며 지난날의 같이 보내던 잠시 의시간 속에서 추억을 더듬는 것이 고작 할 일이다.
어떤 위치에 어떻게 살고 있는 지를 가름하기 어렵기에 대놓고 반가워만 할게 아닐 듯도 싶다.
이렇듯 세월을 지나가며 너무나 빠르게 문명을 바꾸어나가 그것에 소외되는 게 두렵지 않은 것이 늙음인듯하다.
모두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대화를 잃어가고
눈빛으로 전하는 마음의 향기 나 말로 전하는 진한 안부조차 버거워진 현실에서 적응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그냥 물러서서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서툴게 시대를 관찰하는 것의 작은 재미를 느껴보자.
앞서서 일했던 지난날의 시간을 뒤로하고 뒤쳐진 우리의 현실의 생활을 한탄만 하지 말고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신의 삶을 조금씩 추스르며 수준을 맞추어야 할 듯하다.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하거나 통화를 하며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지만 그 대상이 점점 줄어든다는 게 조금은 안타깝다.
이미 곁을 떠나간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며 하나하나 전화번호 속의 이름조차 지우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앉았다 일어나기도 버거워지면 할아버지가 되고도 남는 시간이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행복한 시절이다. 부모님 세대의 시간 속에 인생 칠십은 칠순 잔치를 열어 가족 친지를 초대하여 남겨진 시간을 즐기려 했었던 장수를 축하해주는 잔치였다
그러나 지금은 칠십이 청춘이라는 농담을 들을 수 있어 웃는다.
건강 잘 챙겨가며 오래된 친구나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보낼 수 없지만 옛 전화번호를 뒤져가며 문자편지라도 보내보자.
그러다가 서로 마음이 동하고 시간이 허락하면 시원한 냉면 한 그릇 을 마주하고도 즐겁지 않을까?
뒤쳐지는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더라도 지난날의 자존 심은 내려놓고 다가설 수 있는 문명의 이기를 활용해 더 잊히기 전에 안부라도 물어보자.
잘 있지요? 한번 만납시다...라며...
by/구흥서 |
'문학 >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한국인의 의식수준 (0) | 2016.07.22 |
---|---|
[스크랩] ◆<一讀>어버이... 그 이름 (0) | 2016.07.21 |
[스크랩] ◆<一讀>대한민국 코리아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0) | 2016.07.21 |
[스크랩] ◆<一讀>마른장마 를 보내며 (0) | 2016.07.19 |
[스크랩] ◆<一讀>이외수의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는다 (0) | 2016.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