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 풍경1:
당나라 때
보화(普化) 스님이
신도들에게 말했죠.
“누가 내게
옷 한 벌 시주하시오.”
그러자 신도들은
너나 없이
좋은 천으로 짠 옷을 가져왔습니다.
며칠 후
법당 구석에는
옷이 수북이 쌓였죠.
그런데
보화 스님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내게
이런 옷은 필요가 없다.
다시 가져가라고 해라.”
그리고
벽을 향해 돌아앉았습니다.
소문이 퍼졌죠.
이 얘길 들은
임제(臨濟) 선사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제자에게 일렀죠.
“마을 목수에게 가서
관(棺)을 하나 짜도록 해라.”
며칠 후
임제 선사는
그 관을
보화 스님께 가져 갔죠.
그리고 말했습니다.
“자,
그대를 위해
새 옷을 한 벌 마련했소이다.”
그 말을 듣고
보화 스님은
“임제가 내 마음을 안다”고 했습니다.
# 풍경2:
경허 선사에겐
제자가 셋 있었죠.
수월과 혜월, 만공이었죠.
어느날 수월이
숭늉 그릇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만공에게 물었죠.
“여보게, 만공.
이것을
숭늉 그릇이라고도 하지 말고,
숭늉 그릇이 아니라고도 하지 말고
한마디로
똑바로 일러보소.”
이 말을 들은
만공 스님은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수월 선사의 손에 있던
그릇을 낚아채
법당 밖에다 던져버렸습니다.
그걸 본
수월 선사는
“잘혔어, 참 잘혔어!”라고 했습니다.
-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
*수행자들은
그렇게 묻습니다.
만공 스님도 그랬겠죠.
수도 없이 물었겠죠.
눈에 보이는 그릇,
손에 만져지는 그릇,
숭늉을 담을 수 있는 그릇.
너는
분명한 그릇인데,
그 ‘그릇’ 이전에
너는 누구였나.
그걸 묻고,
묻고, 또 물었겠죠.
왜 그랬을까요.
눈에 보이는 형상,
손에 만져지는 형상,
감각으로 느껴지는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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