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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충암 이영길 2019. 9. 8. 17:14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 풍경1:

보화(普化)스님

당나라 때

보화(普化) 스님이

신도들에게 말했죠.

 

“누가 내게

옷 한 벌 시주하시오.”

 

그러자 신도들은

너나 없이

좋은 천으로 짠 옷을 가져왔습니다.

 

며칠 후

법당 구석에는

옷이 수북이 쌓였죠.

 

그런데

보화 스님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내게

이런 옷은 필요가 없다.

다시 가져가라고 해라.”

그리고

벽을 향해 돌아앉았습니다.


소문이 퍼졌죠.

이 얘길 들은

임제(臨濟) 선사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제자에게 일렀죠.

 

“마을 목수에게 가서

관()을 하나 짜도록 해라.”

며칠 후

임제 선사는

그 관을

보화 스님께 가져 갔죠.

 

  관(棺)이란 ?

 

그리고 말했습니다.

“자,

그대를 위해

새 옷을 한 벌 마련했소이다.”

 

그 말을 듣고

보화 스님은

“임제가 내 마음을 안다”고 했습니다.

# 풍경2:

 

초상 영정 - 경허선사 초상화 경허선사 참선곡

 

경허 선사에겐

제자가 셋 있었죠.

수월과 혜월, 만공이었죠.

 

어느날 수월이

숭늉 그릇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만공에게 물었죠.

 

“여보게, 만공.

이것을

숭늉 그릇이라고도 하지 말고,

숭늉 그릇이 아니라고도 하지 말고

한마디로

똑바로 일러보소.”

 

이 말을 들은

만공 스님은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수월 선사의 손에 있던

그릇을 낚아채

법당 밖에다 던져버렸습니다.

 

그걸 본

수월 선사는

“잘혔어, 참 잘혔어!”라고 했습니다.

 

-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

 

  그릇깨면 어떻게 해야함?

 

*수행자들은

그렇게 묻습니다.

만공 스님도 그랬겠죠.

수도 없이 물었겠죠.

 

눈에 보이는 그릇,

손에 만져지는 그릇,

숭늉을 담을 수 있는 그릇.

 

너는

분명한 그릇인데,

그 ‘그릇’ 이전에

너는 누구였나.

그걸 묻고,

묻고, 또 물었겠죠.

 

왜 그랬을까요.

눈에 보이는 형상,

손에 만져지는 형상,

감각으로 느껴지는 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