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열에 서다
1946년 8월, 광복후 1년이 지난 그때,
나는 우리 본가가 있는 평안북도 강계에 있었으며 일본소학교를 다니다 그 이름이 바뀐 인민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때, 우리집의 앉은뱅이 둥근 밥상에는 ‘대두박’ 으로 지은 밥그릇이 놓여있었다. 대두박(大豆粕)은 콩깻묵이다.
콩깻묵은 콩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동물의 사료나 비료로쓰는, 사람이 먹을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쌀은 비쌌고 귀했기 때문에 많은 가정에서 대두박으로 밥을 지어먹었다.
나는 그 고약한 냄새가 나고 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대두박밥을 먹을수가 없었다.
부모님께서 어렵사리 구한 쌀로는 따로 밥을지어 할머니에게만 드렸다.
할머니는 그 밥을 반만 잡수시고 감추어 두었다가 학교에서 돌아온 내게 먹이곤 하셨다.
할머니의 그 극진한 사랑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려온다. 그때는 모두가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다. 무엇보다도 식량이 없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엔 작은 시장이 있었는데, 나는 거의매일 쪄놓은 고구마 좌판앞에 멈춰서서 군침을 삼키곤 했다.
추운지방엔 고구마 재배가 안되기 때문에 더 먹고 싶었다.
그 다음이 마른오징어, 우린 그걸 쓰루메라고 불렀는데 그때는 오징어 다리 하나를 씹어보는게 소원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온후 집에서 먹을수 있는 간식은 무 였으며 나는 늘 무를 깎아먹었다.
어떤때는 할머니가 찬 우물물에 감추어 두셨던 설탕을 넣어 ‘설탕물’ 을 만들어 주셨는데 그게너무 아까워서 아주 조금씩 빨아먹었다.
어느날 아버지는 집안어른들이 모두 모인자리에서 남쪽으로 내려 갈것임을 선언했고 식구들은 모두 반대했다.
그때 아버지는 ‘앞으로 여기서는 사람이 살수없는 세상이 된다.’ 고 했으며 지금이 남으로 내려갈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그렇게 강계를 떠난 우리식구는 한달여 만에 해주에 도착했고 인민군의 감시를 피해 야밤에 38선을 넘어 월남했다. 그때부터 실향민이 된 것이다.
지금 나는 화려한 식탁보가 덮혀있는 식탁에 앉아 아침식사를 하고있다.
아이보리 색깔의, 약간깊은 스웨덴산 접시에는 맛있는 소고기스튜가 담겨있고,
곁들여 먹는빵은, 미국인 베이커리에서 사온 베이글이나 프랑스인 베이커리에서 사온 깜빠뉴다.
함께먹는 올리브열매는 스페인 산이며, 달걀후라이는 전남구례에서 배송된 자연산 유정란이다.
스튜에 간을 맞추는 소금은 갈아먹는 용기에 담긴 이태리산인데 지중해 바닷물로 만든것이며
후추도 갈아먹을수 있는 벨기에 제품이다. 포크와 나이프는 독일제이며, 빵에 발라먹는 오랜지 마말레이드는 미국산이다.
그리고 매일아침 식사때마다 마시는 뜨거운 음료는 남아연방의 루이보스차(茶)다.
이 버라이어티한 식탁은 대한민국의 거의모든 가정이 비슷할것이다. 우리가 세계화시대에 살고있기 때문이다.
대두박으로지은, 먹을수 없는 밥에서 이렇게 버라이어티한 식탁까지 꼭 두세대, 60여년이 걸렸고
나는 그 모든 변화의 과정들을 몸으로 겪은 살아있는 ‘증인세대’ 다. 참으로 놀라운 변화를 겪은셈이다.
2012년 6월 23일은, 우리 대한민국이 20-50클럽에 가입한 역사적인 날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불에 인구 5천만의 강국이 되어 선진국 대열에 서게된 것이다.
1987년에 일본이, 1988년에 미국이, 1990년에 프랑스가, 1990년에 이탈리아가, 1991년에 독일이, 1996년에 영국이 20-50 국가가 됐다.
대한민국의 일곱 번째 20-50클럽 가입은 영국이후 16년만에 세계에서 처음 나온 사례이며,
신흥산업국가들이 성장정체를 겪고있어 당분간 1인당소득 2만불을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국이 마지막 가입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특히 2차대전 이후 최빈후진국에서 20-50 클럽에 진입한 케이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하는 나라로 바뀐경우는 우리가 유일한게 사실이다.
우리앞의 6개 선진국들을 보면 지금 우리가 들어선 대열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는 놀라운 것이다.
광복후 단 두세대 사이에 최빈국에서 20-50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그럴수 있었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민족적 역량’ 이다.
우리에게 그렇게 할수있는 우수한 잠재력-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민족적 ‘성정’ 은, ‘빨리빨리’ 와 ‘지랄스럽다’ 이다.
그건 역동성이고, 적극성이며 임기웅변에 뛰어난 순발력과 역경에 도전하는 모험정신 이기도 하다.
지금 전 세계에는 700만명의 국민들이 나가있다. 한국사람 없는곳은 없다. 그리고 그 모든곳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사는것도 한국인들이다.
이런 긍정적인 ‘민족적역량’ 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명실상부한 선진국대열에 서 있는 나라다.
하드웨어인 ‘집’은 제대로 지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그 집안에 채워넣을 내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해 낼수 있다. 우리에겐 그런 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미 20-50 클럽에 가입한 6개의 선진국은 그후 모두가 1인당소득 3만불 이상의 부자나라가 됐다.
더 중요한것은 돈뿐만 아니라 ‘삶의질’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가지는 그들 6개의 선진국은 서로가 크게 다른 나라들이지만 그들 모두가 가지는 ‘공통점’ 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게 그 공통점이다. 우리가 힘써 그걸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단군이래, 우리앞에 열린 이 절호의기회를 살려내야 우리도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될수있다.
가장 중요한것은 우리국민 모두가 지금의 우리위치에 대한 ‘인식과 이해’ 가 있어야 한다.
느낌이 같아야 힘을 모을수 있고, 힘을 모아야 목표에 도달할수 있다.
나처럼 ‘대두박밥’을 먹고자란 세대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은 천국과도 같다.
지금세대는 우리가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 어려운 시절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절약’ 을 모르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제 선진6개국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에 대한 얘기를 해 보자.
제일첫째가 ‘국가정체성’ 의 문제다.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등 선진국 모두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좌파는 체제안에서의 ‘진보’ 이지 전체주의와는 무관한 개념이다. 대표적인것이 ‘사민주의-社民主義’ 다.
사회주의의 긍정적인 면도 의회민주주의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체제다.
겉으로 아무리 혼란스러워 보여도 그들은 그 ‘정체성’에서 흔들리는 일이 없다. 우리가 배워야할 제1과가 그것이다.
특히 적화통일을 목표로하는 북한과의 대치상황을 생각하면 이 문제는 더 절실해 진다.
근자의 이념적 혼란은 결코 용납해서는 안되는 거침돌이다.
북한은 지금도 ‘강냉이가 부족한 상태’ 다. 가장 큰 이유는 체제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다.
지금의 그들체제로는 가난을 탈출할 방법이 전무하다.
체제와 그것을 지켜내는 ‘정체성’은 그렇게 중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정체성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우리에게있어 그건 생명과도 같은것이며 생사가 달린 문제다.
선진6개국을 여행해 보면, 국민들이 경찰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와는 아주 다르다는것을 피부로 느낄수있다.
그들은 경찰을 신뢰 하면서도 두려워한다. 특히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더 그렇다.
그것은 국가가 집행하는 공권력이 시퍼렇게 살아있다는 뜻이다. 강력한 공권력은 모든 국민을 지키는 현실적인 ‘힘’이다.
공권력이 살아 있으면 국민들은 편하게, 안락하게 살 수 있다.
범죄가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그 범죄에 대처하는 방법과 수준은 서로 다르다.
그들은 어떤 일이 생기면 ‘경찰을 부르겠다.’ 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그게 없다. 경찰을 믿지않기 때문이며 거기엔 경찰의 책임도 크다.
아직도 국립경찰이 일제시의 ‘순사’정도로 폄하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공권력은 우리 스스로를 위해 지켜져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것은 ‘마피아’ 가 아니라 국가공권력이다.
공권력을 공격하는것은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어리석은 행동일 뿐이다.
모든 선진국은 공권력이 살아있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갈피를 잡을수 없을정도로 부패했고, 부패해지고 있다. 썪지않은 곳이 없다.
부정부패와 비리가 없는나라는 없다. 또 앞으로 완전히 없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정도와 수준, 빈도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은 그 사회가 상당수준 투명해야 한다.
지금의 우리수준 으로는, 선진국 대열에는 섰지만 선진국이 되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부패가 만연했던 나라가 세계최고의 투명성을 확보한게 아시아의 싱가폴이다.
리콴유는 그 처절한 전쟁에서 승리했다.
싱가폴의 고참 서기관 정도면 우리대기업 임원수준의 보수를 받는다.
대신 작은 부정에라도 연루되면 100%, 그 사회에서 매장, 제거되는 시스템이다.
싱가폴에는 세계의 건축회사들이 손을들고 물러난, 고난도의 건축물이 있다. 한국의 건설기술이 이룩한 금자탑이다.
싱가폴이 했다면 우리도 할수있다. 문제는 리콴유같은 국가 리더십이 나타나야 한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잇는 ‘걸물’ 이 나타나야 한다. 좁쌀들의 도토리 키재기로는 안된다.
6개의 선진국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각종 대합실이 있다.
바로 거기에서 그들과 우리는 결정적으로 갈린다.
언제봐도 그들은 ‘읽고’ 있다. 스마트폰은 그대로 용도에 따라 쓰고, 책은 책대로 읽고있는 것이다.
아무리 첨단의 IT기기라 해도 그건 일별하는 모니터이며 그것으로 끝이다. 일별(一瞥)은, 한번 흘낏 보는것이다.
그러나 책은 읽고-사고(思考)-생각하는 독특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모든 창의성은 일별이 아니라 읽기-생각에서 탄생된다.
그 창의성이 기술과 합해질때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일별만 하고 읽지않는다면 핵심소재는 영원히 사다쓰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종이책은 긴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문화적인 물건이기 때문에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그게 어디든 우리는 모두가 손바닥만한 모니터만 들여다 보고있다.
편리한것과 속도는 창의성과는 어떤 연관도 없다.
언제 어디서나 불편이 창의성을 끌어낸다. 그래서 ‘균형감각’ 이 절실하다.
일별과 읽기가 같이가야 하는것이다. 결국, 더 많이 읽는나라가 앞서가는게 세상이다.
UN에 가입하면서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았고, OECD에 가입하면서 부자클럽의 정식 멤버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20-50 클럽에 가입 함으로서 하나의 국가가 올라설수 있는 정점에 이른것이다. 생각하면 기적이 따로없다.
그래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새집에 걸맞는 ‘내용’ 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세대가 맞이한 이 절호의 기회를 살려야 하는 사명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
정말이지 역사적인 순간앞에 우리모두가 서 있는것이다.
지금을 발판으로 도약해야 한다. 절대로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제 다음 목표는 30-50 클럽에의 진입이다.
우리보다 앞선 선진6개국은 모두 그 진입에 성공했다. 우리라고 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단 두세대 사이에 최빈국에서 20-50클럽에 진입한 나라는 우리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충분히 증명된 저력이 있다.
그래서 큰 목표를 위해 작은 이해관계를 극복할수 있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20-50 클럽의 정식멤버가 됐다.
드디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것이다.
세계에는 두 개의 나라밖에 없다. 있는나라와 없는나라가 그것이다.- 세르반테스.
by/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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