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위한 전략

내가
대기업의 인사부장 이었을때,
많은 친구들이
나를 부러워했다.
심지어는
대학에 교수로 있는 친구까지도
우리사무실에 왔다가
자기가 기업쪽으로
나가지 않은것을 후회했었다.
대기업의 부장급은
글자 그대로 Manager다.
과장이상의
간부사원이 되면 순환보직이 시작되고
관리자로서의 실력을 쌓기위해
거의
전부서를 돌면서 일하게된다.
그래서
대기업의 부장급은
전지전능한 고참사원이 되는것이다.
온갖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전문적인
노하우를 가지기 때문이다.
자재관리부서에서 일할 때
우리회사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과의 접촉이 잦았다.

그때
중소기업의 사장이나 임원들이
우리회사
과장급보다 실력이 뒤지는것을 알았다.
그 차이는
물리적 으로도 컸지만 질적으로도 달랐다.
대부분이 그랬다.
대기업의 부장급은
중소기업의 사장보다
훨씬
그 기량이 뛰어나는
관리자라고 단언할수 있다.
사병과 장교의
차이정도로 얘기할수 있다.
그런데
장 본인인 나는
그 자리가
전혀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대우도 좋고,
일도 재미는 있었지만,
인사, 노무, 후생과 같은 업무자체가
내 기질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수많은 근로자를 관리하는 노무행정은
정말 힘든 일 이었다.
‘가장
불쌍한것이 근로자 이고,
가장
무서운것도 근로자다.’ 라는게
내가
체험적으로 가지고 있는 철학이다.
끊임없이
근로감독관에게 불려 다니는것도
고역이었다.
지금 나는
칠십대중반을 지난 노인으로
비교적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나이에
가장
열중하고 있는게 첼로연습이다.
무슨 말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게
음악이고 악기라는 뜻이다.
평생을 통해
단 하나의 후회가 있다면
그렇게
열망했던 피아노를 배우지 못한 일이다.
편모슬하의 가난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에서 6년동안
브라스밴드에 있었으며
결국은
총보를 읽으며
밴드를 연습 시키는 악장까지 했다.

지금도
하루중 음악을 듣는시간이 많다.
지금은
음악을 쉽게, 폭넓게 들을수 있는
IT기기와 시스템이 발달,
언제나
원하는 음악을
최고의 수준에서 들을수있다.
나같은 사람에게는
가장 좋은
음악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예를 들어
교향곡연주를 들을때,
나는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실력을 분석해 가며 감상할수 있다.
금관악기, 목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모두를 직접 연주해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가 들면
결국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도
결국은 ‘음악’ 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그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수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건
더 말할것도 없이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일이 직업이 된 사람들이다.
그걸
천부(天賦) 라고 한다.
하늘이 내려준 타고난 재능인 것이다.
그래서
천부는 경쟁하지 않는다.
노력이
천부를 능가할수 없기 때문이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고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 할수있는
분야로 나가야 하며
성공확율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건
변함없는 철측이기도 하다.
이제 나는
취업을 앞둔 20,30대의 후배들에게
내가
인사부서에서 오래동안 일하며
터득한
‘취업하기 노하우’ 를 얘기해 주려고 한다.

물론
시대가 바뀌고
환경도 많이 달라졌지만
인사(人事)의 근본은 언제나 마찬가지다.
모든곳의
중심은 ‘사람’ 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것은
일류대학도 스펙도 아니다.
이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제일 중요한것은
‘자기자신’ 을 제대로 아는 일이다.
쉬울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할수 있는가.
기질적으로
어떤 분야에 잘 맞는가.
어떤 분야를 더 선호하는가.
이건 전적으로
본인에 대한 문제이며
본인이 대답해야 된다.
자기자신에 대한
파악이 부족하기 때문에
취업에 실패한다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조금
어려운 말로하면
자기의 ‘정체성파악’ 이다.
자기를 알면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눈높이’ 를 조절할수 있다.

눈높이 조절이란 이런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게 60 이라면,
70이상을 요구하는 직장에는
가기도 어렵지만
갈수있다 하더라도 견디지 못한다.
도태되고 만다.
반대로
40이나 50을 요구하는 직장에 가면
승급(호봉이 올라감) 이나
승진(직위가 올라감)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수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게
어느수준인가를 아는 일이다.
생각해 보자,
자기도 자기를 잘 모르는데
면접관이
어떻게 자기를 알아보고 인정하겠는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것이
자기를 있는 그대로,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다.
내가
누구라는것만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도
취업의 문은 그 반이 열린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다.

다음이
구체적인 목표다.
내가 가려고하는
기업 한두곳을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그곳의
정보를 수집, 분석,정리해 놔야한다.
그런
자료가 있어야 취업전략을 짤수있다.
이때
그 기업은
자기의 전공분야와 맞는것이어야 한다.
회사의 업무가 전공과 같을때
승급, 승진 고과(考課)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비전공은 그런 혜택이 없다.
지금은
기업들에 대한 정보도
쉽게 검색할수 있는 시대다.
가급적
세세한 부분까지 정보를 수집해서
자기가
목표로 하는 대상에 대해
아주 잘 알고있어야 한다.
그 인지도의 수준은
면접때 플러스요인이 된다.

다음이
‘인맥다리놓기’ 다.
누구를 통하든 상관없이
그 기업안에 있는
사람과 손이 닿아있어야 한다.
모든 기업은 일반적으로
정시모집 40에 수시채용이 60 정도가 된다.
결원이 생기는 경우와
생산시설의 확장에 따르는
신입, 경력사원의 충원이 계속 되는 것이다.
이럴때는
해당분야 전문가가 우선 대상이 된다.
평소
인맥을 가지고 있으면
이런 정보를
일차로 접수할수 있고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인맥을 통해 이력서를 제출,
심사대상이 될수있다.
물론 평소에도
이 인맥관리에 소홀하면 안된다.
전화도 자주하고
밥도 같이 먹어야 된다.
그런정도의 친밀도 유지가 관건이다.

다음이 모험과 도전정신이다.
정말
자기가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직접, 또는 인맥을 통해
인사 담당자나 책임자를 만나보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를 어필하고
기회를 달라고 할수있어야 된다.
그건
절대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험심과
도전정신이 있으면 된다.
이제
그러한 사례를 하나 소개해 보자.
어느날 아침,
막 교대근무를 시작한
경비반장 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부장님요,
왼다리 하나에 목발을 짚은놈이
부장님과 면담하고 싶다면서 찾아 왔심더,
쫗아보내면 또 오고, 벌써 여러날쨉니더,
우짜면 좋겠능교.‘
나는
직감적으로
‘물건이 하나 나타난것’ 을 알았다.

경비반장과 함께
사무실에 들어선 젊은이는
오른쪽 무릎밑이 없었으며
왼 다리에 목발을 짚고 있었다.
첫인상에
준수한 얼굴어있고
어린나이에 풍상을 겪은
강인한 흔적이 묻어있었다.
나는
응접세트에 그를 앉힌후
차를 대접하면서
가급적
부드러운 표정과
음성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 젊은이는
음성이 밝았으며
말에 조리가 있었다.
침착하고 영민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용기가 있는 젊은이었다.
우선
그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어촌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힘겹게
고등학교를 졸업한후
비교적 보수가좋은
남지나해로 나가는 어선을 탔다.
한번
출어하면 열흘이상 걸리는
원양어선 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대형 그물을 내리는 과정에서
빠르게 풀려나가는 굵은로프에
오른쪽
다리가 말려들었고
순식간에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영세한 어선은
그 한사람을 위해 회항할수 없었고
조업을 끝마치고 귀항했을때는
다리가 썪어 절단할수밖에 없었다.
집에 누워있으면서
여러번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죽기아니면 살기로 일어나
목발을 짚고 찾아 간곳이
그때 막
문을 열기시작한 컴퓨터학원 이었다.
불구의 몸으로
자기가 할수있는 일이
그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학원의 주인을 찾아가
저간의 사정을 설명한후
먹고 자는것만 해결해 주면
청소는 물론,
모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할것임을 간청했다.
그는 그곳에서
일년동안
온갖고생을 다 해 가며
컴퓨터를 배웠다.

남보다 몇배의 피나는 노력으로
그때 막 시작된
컴퓨터시대의 전문가가 된 것이다.
보통사람들은
컴퓨터가 뭔지도 모를때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전산실이 있는 회사는 많지않았다.
그는
수소문 끝에 우리회사가
이제 막
전산실을 시작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나를 만나러 왔던 것이다.
그의
긴 사연을 듣고난후
나는 고민했다.
그때만 해도
장애인을 회사에 들이는것은
전례가 없는 일 이었다.
나는
깊이생각한후
마음을 굳게먹고
전산실 담당 이사를 찾아갔다.
그분은 미국에서
그 분야 학위를 받은분이고
그만큼 마음도
열려 있을것이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내 얘기를 다들은 그분은
담당과장을 불러
그 젊은이의 실력을
테스트 해 보라고했다.
거의
한시간이 지난후
담당이사가 내게 전화했다.
‘박부장, 대어를 낚았군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니
발령을 내 주면 좋겠습니다.‘

공장이
워낙 넓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식당까지는 아주 멀었다.
후생과가
관리하는 식당은
내 관할업무 이기도 했다.
영양사가 작성한
주간식단의 최종결재자도 나 였다.
나는 직접
주방장에게 전화를 걸어
목발을 위해
늘 도시락을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같은과 동료들이 식사후
그것을 나르도록 조치했다.
오랜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일은
커다란 ‘보람’ 으로 내 가슴에 남아있다.
취업전략에서
또 하나
중요한게 바로 이력서쓰기다.

수십, 수백장의
이력서를 보내고도
취업이 안된 사람이 부지기수다.
취업전략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력서 쓰는 요령을 배우고 알아야 된다.
우리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명함을 받는 경우
자기를 돋보이려고
여러 가지 별것도 아닌 직함을
잔뜩
인쇄하는 사람이 있다.
우선
신뢰가 가지않고,
다 읽어보지도 않는다.
이력서도 꼭 마찬가지다.
특히
별것도 아닌 많은 스펙을
기록하는게 그런 경우다.
인사부서 에서는
수백, 수천통의 이력서를 접수한다.
우선
담당직원이
그것들을 일차로 검토한다.
간단명료하고,
중점을 짧게쓴 이력서는
거의 다 읽어보지만
앞면이 모자라
뒷면까지 이어지는 이력서는
신뢰받지 못하는
명함처럼 제껴지는게 대부분이다.
이력서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입장은 그렇게 다르다.
그걸 알고있어야 된다.
일차로
걸러진 이력서들은
여러단계를 거쳐 부장의 책상에 놓인다.
채용인원의
2배수, 3배수가 기준이다.
거기까지 살아남은
이력서들의 공통점은
깨끗하고,
간단하게 중점만 기록한 것들이다.
나는
일단 검토가 끝나
내 책상에 놓인 이력서들은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가급적이면
많은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싶었기 때문이다.

취업의
마지막 관문이 면접이다.
면접은
이력서나 필기시험보다
더 중요한,
당락을 결정짓는 과정이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자연스러움’ 이다.
지나치게
때를 빼고 광을내면 의심받는다.
뭔가
부족한것을 감추려는
의도로 보일수 있기 때문이다.
성형을 하고
값비싼옷을 입어도 안된다.
평소,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입던옷을 입고
지나친 화장도 좋지않다.
면접관들이 보는
가장
중요한 요체는 첫인상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은 금방 알수있다.
또 하나의 요령은,
면접직전,
스스로 마음속으로 다짐해야 될게있다.
내게는
이 회사만이 전부이며
입사가 되면
모든일을
내 일처럼 할것은 물론,
철새처럼
떠나지않고 충성할 것임을
진심으로 맹세해야 된다.
그게 진심이라면
말을 안해도
표정에 반드시 나타난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면접관들이
제일먼저 그것을 알아차린다.
몇 번의 질문으로
내공이 있는사람과 골빈당은 곧 드러난다.
평소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나는
종이책과 종인신문을
열심히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보다
더 좋은 내공이 없으며
스마트폰의
조각 정보들은 내공이 될수없다.
나는
인사부의 평사원으로 시작,
인사부장까지 지내는동안
정말
수많은 사람들을
채용, 배치, 관리해본 경험이 있다.
일류대학 출신들은
늘 불평이 많고,
책임감이 없었으며 철새처럼 떠났다.
대개가 그랬다.
그러나
이류대학 출신들은 성실했고,
책임감이 강했으며 이직도 드물었다.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경우,
한 회사에서
5년 미만 근무자는 언제나 제외했다.
대신
5년이상 근무자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분명한 이유가 있어
떠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학벌도, 스펙도
‘인간성’ 보다는 덜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것은 ‘사람됨’ 이다.
성실하고 실력이 있는 사람은
처음에는 고생해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제대로 된 대접을 받게된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원칙의 문제다.
단지
이력서를 수백장씩 뿌리는것은
취업전략이 될수없다.
그런의미에서
경험자인 나의 작은 충고가
취업의 확률을 높일수 있는
전략이 될수 있을것이다.
자기의
최선을 다하는 분들에게
취업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기원한다.
운이 좋은 사람에게는 수탉도 알을 낳아준다.
-러시아속담.
by/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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