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11. 세월에 익어가고 싶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겨울의 중간 얼어붙은 동토(凍土)처럼
차갑게 가라앉은 가슴을 할퀴는
바람에 서걱서걱 우는 댓잎 소리
세월의 두께에 켜켜이 쌓인 찌든 추억
아련한 그리움으로 살며시 닦아내면
어두운 외로움 회상(回想)의 촛불을 켠다.
사랑방 시렁에 매달린 메주덩어리
퀴퀴한 곰팡내와 검푸른 메주 꽃
횃대에 걸린 정갈한 나들이옷 한 벌
그 하얀 색깔이 어울리지 않던 기억
헛기침 한 번의 권위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그 때의 정경(情景)이 잔영(殘影)으로 맴돈다.
권위(權威)와 존경(尊敬) 온공(溫恭)함이 무너진 세태(世態)
튀고 들춰내고 제자랑에 몸살 앓는
재기만 넘쳐 풍자(諷刺)하듯 웃기는 세상
향수(鄕愁)에 젖은 그리움으로 마음 달래며
흩어진 퍼즐 조각을 주워 모아서
자잘한 행복의 밑그림에 맞춰본다
공명(共鳴)
저 멀리 하늘과 맞닿은
부드러운 수평선은 안온하고
파도는 거친 숨결로 다가와
바다의 거친 생명력을 표출한다.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처럼
세파에 휘둘린 조각난 삶은
세월의 외진 변경에 밀려와
숨 가쁘게 달려온 길 돌아본다.
욕망과 고통으로 출렁인 삶
갈피 사이사이 순간의 기쁨
설렘과 감동으로 다가올 때
그 짧은 가슴울림이 행복이었지
비워야 채울 수 있고
공간이 있어야 울림이 있는 것을
바람에 구름 가듯 흘러가는 인생
감사로 사랑으로 걸어가는 황혼길
그냥 그렇게
싱그러운 푸른 바람
숲속 오솔길 꽃비 날리고
녹슨 그리움 닦아내는 향기
가슴에 묻힌 기억을 깨운다.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왜 그리 바쁜 걸음이었는지
아프고 서러운 일 왜 그리 많았는지
무엇을 얻고자 힘겨운 싸움을 했는지
세월의 그림자에 묻힌 지난 삶
회한과 미련이 가슴을 누른다.
푸른 하늘을 본다.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거리낌 없고 여유로운 마음
그것이 평화인 것을
아픔은 아픔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물 흐르듯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며 살면 되는 것을
탐욕도 번뇌도 부질없어라
바람처럼 구름처럼
덧없이 흘러가는 삶인데
노을 진 사랑길
울긋불긋 화려한 옷을 벗고
서있는 裸木의 앙상한 가지
하늘을 찌르듯 앙칼져 보이고
낙엽은 가을의 잔영으로 남아
호젓한 산길에 뒹굴고 있다
하얗게 내린 서릿발처럼
응달진 마음엔 고독이 서리고
나는 허무의 구름 위를 걸어
싱그러운 봄여름 다 보내고
인생의 가을마저 보내고 있네.
시름도 번뇌도 낙엽으로 날리고
내면의 自我를 다듬어 보지만
自省의 칼날은 무디어만 가고
지워지지 않는 未練의 바탕에
조각을 새기며 세월을 칠한다.
돌아오지 않는 인생의 계절
곱게 물드는 노을 진 인생길
외롭고 아프고 괴로운 자갈밭
감사의 손길로 다듬어 가면서
고독마저 사랑하며 행복을 엮는다.
눈 내리는 밤
가로등 불빛에
나비 날듯 내리는 눈
어둠 속에 세상은
점점 하얗게 변해간다
날선 시간은
연필 깎듯 인생을 도려내고
베어나간 삶의 조각들이
하얀 눈발로 흩날리고 있는가
허망에 도둑맞은 세월
얽힌 인연 곱게 빗질하며
아픔에 옹이진 허기진 사랑
연민의 무늬 결 닦아본다
몽당연필이 된 노년
추억의 화롯불 뒤적여
시린 외로움 녹이고 있다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있는데
2012.1.30. 밤에
들꽃이 들려주는 이야기
산길 따라 숲속을 걷는다.
검푸른 활엽의 차광막이 시원하고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 정겹다
언덕진 비탈엔 산나리 곱게 피고
바위틈새 도라지 보랏빛 웃음으로 반긴다.
이글대는 태양의 뜨거운 시선
목마른 대지의 가쁜 한숨에 시드는
농부의 돌봄으로 자란 농작물과는
다른 모습의 청초함이 눈길을 잡는다,
시련을 극복한 야생의 의연함인가
험난한 자연조건을 스스로 견딘
강인하고 올찬 생명력을 지닌 야생화
들꽃 한 송이 아름다움보다도
무언으로 전해오는 잔잔한 이야기
자연이 주는 교훈에 설레면서
질기고 강한 생명에 경외하게 된다.
멋진 인생
화필을 잡은 화가는 멋진
그림을 그리려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
습작도 하고 수정도 하고 변색도 시도하지만
인생은 연습도 수정도 할 수 없는
시간위에 삶의 흔적으로 그려지는 것
친구여
후회도 연민도 갖지 말게
자네가 그린 人生 畵는
이 세상 단 하나 자네 그림일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獨創物 아닌가.
고뇌와 아픔 기쁨과 슬픔으로
명암이 점철된 자네만의 멋진 인생
조금 서툴고 못나고
비뚤어지고 투박한들 어떤가.
거기에 배어나는 진솔함과 시큼한 냄새가
향수보다 정겨움을 안겨주지 않는가.
친구여 비교하지 말게나.
올려 보지도 내려 보지도 말게
그저 찰나의 순간순간에 놓여진
그 상황을 사랑으로 보듬어 그리면 되네.
어둠이 지기까진 아름다운 황혼일세.
맑은 정신으로 화필을 굳게 잡게
멋진 인생 그리고 가야하지 않겠나.
불이 무이(不二 無異)
앙상한 나목을 등줄기에 세우고
용트림하는 산등성이를 딛고 올라
파란 하늘을 움켜잡는다.
맑은 햇살 웃으며 안기는데
골짜기 타고 올라온 성난 바람
시샘하듯 옷깃을 파고든다.
성근 나무 사이로 드러난 산비탈
거친 살갗 낙엽이 가려주니
생멸도 연이려니 부토로 회귀여라
웅크린 매 바위는 비상을 꿈꾸며
시간을 잊은 채 묵도에 잠겨있고
가냘픈 야국이 가을의 잔영을 잡고 있다
자연의 인연에 얽혀
시공 속 한 폭의 그림 속을 거니는가.
바람은 보이지 않으나 나를 더듬고
하늘은 보이나 잡을 수 없으니
다른 듯 일체요 없는 듯 있음이라
감싸 안는 안개 품에 사르르 감겨드네.
바람꽃 사랑
계절의 그림자를 헤집고
봄바람 속삭임에 못내 수줍어
하얀 꽃잎 사르르 떠는 바람꽃
인고의 아픔 웃음으로 피는 고야
봄볕도 피해가는 음습한 골짜기
여리고 청초한 사랑스런 자태
치맛자락 날리며 사뿐히 걸어오는
웃음 띤 여인의 해맑은 얼굴처럼
그리움에 피어나는 바람꽃 사랑
망연한 시선 너머 그늘진 세월
삶의 갈피마다 배인 진한향수
가슴속 시름을 그리움으로 퍼내
바람꽃 향기에
꿈을 실어 보낸다
봇짐 속에 풀어보는 사랑
겨울로 가는 길목
앙상한 가지 쭈뼛이 치켜들고
계면쩍게 서 있는 은행나무
주섬주섬 싸는 가을의 봇짐 속에
은행 한 알 사랑으로 넣어준다.
노란 은행잎 소복이 쌓인 언덕길
이지러질세라 사뿐사뿐 걷는 소리
마음의 울림으로 들릴 듯 들릴 듯
해맑고 곱던 미소 환영으로 되살아
그리움의 발자국소리로 다가오네.
흐르는 세월에도 늙지 않는 추억은
맑은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물결처럼
가슴에 이는 잔잔한 사랑의 물결이 되어
추억의 봇짐 속에 풀어 본 사랑
가을 끝자락 그리움으로 일렁이네.
붓꽃 사랑
古城 빈터에 핀 붓꽃
목을 빼어 올려 붓끝처럼
뾰족한 입술을 내밀고 있더니
밤이슬 촉촉한 사랑의 애무에
진보라 함박웃음 웃고 있다.
외로운 산속 잡초 속에
6월의 태양 뜨거운 정열 가슴에 품어
창공에 일필휘지 연서 한 장
하얀 새털구름 흩어 놓고
뽀얀 그리움 뭉게뭉게 띄우는가.
바람은 사랑을 실어 날리고
구름은 정처 없는 여정을 떠난다.
산 뻐꾸기 울음소리 연민 삭이며
시간이 밀어내는 이별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보랏빛 웃음 속에 감춘다.
사과나무가로수 길
사과하면 충주 충주하면 사과
그곳에 가면
사과나무가로수 길이 있다
달래강 푸른 물 유유히 흐르고
황금물결 일렁이는 들판 사이로
쭉 뻗은 아스팔트길 양편
가을햇살에 탐스럽게 익어가는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들판을 흔들고 가쁜 숨 몰아쉬는
서늘한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상큼하고 달콤한 사과향기
목욕시킨 갓난아이 살 냄새처럼
감성을 파고들어 설레게 한다
수줍은 듯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이슬방울 송골송골 맺혀 청초하다
정감어린 눈으로 바라보노라면
가을빛 물드는 고즈넉한 마음엔
사과나무가로수 길이 열려온다
세월에 익어가고 싶다
붉은 노을빛 토해내며 숨 가쁘게
달려온 하루가 어둠에 묻혀가고
부풀어 올랐던 욕망의 거품이 사그라지면
공허감은 외로움의 풍선에 바람을 넣는다.
지나고 보면 인생의 정답은 빤한데
탐욕의 가시밭을 헤매노라
상처 입은 영혼 회한의 한숨을 쉬며
지친걸음 멈추니 어느새 인생은 황혼
저 멀리 들려오는 종소리 평화롭고
호수의 금빛물결 얼마나 아름다운지
밟으며 지나친 들풀들 여린 꽃잎처럼
자잘한 행복과 사랑은 스쳐지나가고
성취가 행복이란 착각으로 달려온 삶
가슴 알알한 그리움의 향기가 배어
자아를 찾아가는 인생여정 끝자락에서
천연한 모습으로 세월에 익어가고 싶다.
시련은 향기가 되어
춘설에 멈칫한 봄
꽃샘추위 몽니
햇살로 다독인다.
철겹게 내린 눈
속절없이 녹아내려
생강나무 꽃잎에
눈물이 맺힌다.
세상의 모든 생각은
말없이 넘나드는가.
가슴속 번민과 외로움
춘설처럼 스러지고
아련한 그리움만
아지랑이로 하늘댄다.
인고의 한설을 이겨낸
한 떨기 매화가
짙은 향기로 피어나듯
시련은 향기가 되어
세월의 뒷자락
무지개 돌아보며
향수에 젖어 가슴 설렌다.
어둠속 춤사위
까만 어둠이 차곡차곡 쌓이고
어둠의 갈피마다 그리움 담아
연민의 바늘로 박음질 하는 밤
하얀 슬픔이 가슴에 내린다.
눈썹 같은 초승달
교태부리는 눈웃음 짓고
별빛은 깨알 같은 밀어를
고요의 선율에 흩어 놓고 있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
혹여 그대 오시는 걸까
마음은 한발 앞서 기다리는데
겨울 찬바람만 스치고 지나가네.
육신보다 싱싱한 마음은
갈증 난 기다림의 신기루 같은
당신의 환영을 끌어안고
이 밤도 시린 가슴 녹인다.
2011, 11. 26. 밤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빠 좋은 아침 건강하세요.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정감어린 목소리
자녀들 안부전화 한 통화에도
마음이 행복해 지고 여운이 감돈다.
서로를 염려하고 사랑하고
마음으로 감싸고 다독여 주고
삶의 향기에 훈훈해 지는
일상의 행복들이 얼마나 많은데
부와 명예가 행복이라는 착각으로
욕망의 무지개에 비추는
허상을 향해 달려가느라
행복의 손길을 떨쳐버리는가
행복은 외재적인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느끼고 감동하는 것
탐욕을 버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사람을 바라보아야
기쁨으로 살며시 안기는 한 줌의 설렘
찔레꽃 鄕愁
산록을 끼고 도는 장엄한 운해
신록 우거진 산골짝을 채우고
등성이를 타고 용트림을 한다.
산자락에 찔레꽃 곱게 피어나고
산 꿩은 울어 메아리치는데
찔레꽃 향기 가시처럼 가슴을 찌른다.
인고의 삶을 반죽으로 주무르며
설음을 밀어내듯 국수반죽 밀어
아픔을 갈피에 접어 넣고
한과 연민을 잘라내듯
싹둑싹둑 썰어낸 국수 가락
보릿고개 허기진 아홉 식구
주린 배를 채워주던 어머니의 칼국수
그 잔혹한 세월도 꿈처럼 그리워지는데
구십 고개 어머니 병석에 누워
꽃피는 계절마저 잊은 채
찔레꽃 향기 그리워하고 계실까
하늘 재
빽빽한 나목 사이로
빗살처럼 퍼지는 겨울 햇살
응달진 산비탈 흰 눈 위에
성글게 자란 푸른 산죽군락
자연이 그린 한 폭의 수묵화라
우람한 골격을 드러낸 포암산과
단단한 육질로 치솟은 탄항산
안부를 감아 도는 완만한 고갯길
사랑과 이별 한 서린 사연과 역사
세월에 묻혀 잊힌 옛길이 되었는지
고갯마루 홀로 선 하늘재유적비
길손을 잡고 옛이야기 들려주고
휘익 불어오는 찬바람
휑하게 뚫린 아스팔트길 휩쓸며
역사를 지우는 문명을 야속타하네
할미꽃 연정
황톳길 산모롱이 돌아서
양지바른 언덕바지 할머니 무덤
봄바람 이는 황토먼지 쓰고
고개 숙여 피는 자주빛깔 할미꽃
따사로운 봄 햇살
부드러운 애무에 못내 수줍어
살며시 웃으며 피는 고운 자태
스치는 바람결에 봄을 알린다
그리운 고향 낯설어지고
흰 머리 주름진 얼굴 낯선 내 모습
주마등처럼 지나간 세월의 잔영
애잔한 그리움 가슴을 적신다.
세상도 사람도 변하고
옛 모습 그윽한 정취 찾을 길 없는데
그 자리 다소곳이 핀 겸손한 자태
기다림의 깊은 사랑 할미꽃 연정
할미꽃 연정
황톳길 산모롱이 돌아서
양지바른 언덕바지 할머니 무덤
봄바람 이는 황토먼지 쓰고
고개 숙여 피는 자주빛깔 할미꽃
따사로운 봄 햇살
부드러운 애무에 못내 수줍어
살며시 웃으며 피는 고운 자태
스치는 바람결에 봄을 알린다
그리운 고향 낯설어지고
흰 머리 주름진 얼굴 낯선 내 모습
주마등처럼 지나간 세월의 잔영
애잔한 그리움 가슴을 적신다.
세상도 사람도 변하고
옛 모습 그윽한 정취 찾을 길 없는데
그 자리 다소곳이 핀 겸손한 자태
기다림의 깊은 사랑 할미꽃 연정
행복한 이별
당신 품에 안긴 사랑은
돌아올 줄 모르고
가슴 속 그리움 태우는데
겨울아침 파랗게 시린 하늘처럼
돌아섰던 싸늘한 낯빛이
마음에 생채기를 냅니다.
미움과 원망이 지우개 되어
이별은 지워질 줄 알았는데
치사한 미련이 덧칠을 하고
아쉬움만 향기처럼 피어올라
그리움의 냇물 가슴에 흘러도
목마른 사랑 갈증만 더해 갑니다.
울리지 않을 전화벨소리 알면서도
기다림은 마음에 앞서 마중을 가고
시선 떼지 못하는 한심한 이별연습
따뜻한 가슴속 알알한 사랑으로
아름답게 그려보는 헤어짐이라면
행복한 이별이라 말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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