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12
가을이 저무는 길목
엷은 햇살이 살며시 내려앉으면
가을을 마시고 빨갛게 취한 단풍
소슬바람에 흐느적거리며 흔들리고
잡초 속에 비실대던 쑥부쟁이
하얀 꽃을 피우고 웃고 있다.
이렇게 가을 한 계절이
오는듯하다가 돌아서 간다.
삶은 갈바람처럼
상념의 낙엽을 지우고
가슴 쓸고 지나간 자리
고독의 긴 그림자 드리운다.
풀잎에 내리는 서릿발 보다
머리엔 더 하얀 서리가 내리고
인생의 석양 길에 무늬 진 그리움
노을에 잠긴 호수의 금빛물결처럼
잔잔한 마음의 여운으로 다가와
고단한 영혼을 다독여 준다.
가을끝자락에서
짙은 안개에 휩싸인 산골짝
낙엽 덮인 호젓한 산길 오르면
산등성이 펼쳐진 또 다른 세상
밝은 햇살이 빗살처럼 쏟아진다.
운무에 덮인 장막을 벗어나
선경에 등선한 냥 뿌듯한 쾌감
무위자연이 주는 이 기쁨
시공을 넘어 장자를 만난 듯하다.
낙엽을 지운 듬성한 나목사이로
앙상한 가지를 흔드는 소슬바람
산록을 타고 오르는 안개를 휘젓고
푸른 산죽은 서걱서걱 비탄을 한다.
가을 끝자락 우수에 잠겨
시리도록 파란 하늘가에
그리움 풀어 그려보는 보고픈 얼굴
추억의 거울에 낙엽처럼 쌓인다.
강여울
흐르는 강물 위에 살포시 누운 봄볕
일렁이는 물결에 눈웃음 반짝이다
시샘하듯 휘저으며 지나는 바람에
샐쭉 토라져 물속으로 숨는다.
강여울 성난 듯 울부짖는 아우성
부딪치고 고꾸라지고 흐트러지는
거친 물살 하얗게 아픔을 토해내면
맑아진 강물은 다시 유유히 흐르고
역경과 절망 힘겨운 시련의 인생길
강여울 물살처럼 지나고 나면
경건하게 낮아지는 겸손한 자아
성찰의 눈길에 닿는 행복의 편린
잔잔한 삶에 뿌려지는 모래알 같은
많은 행복의 조각들을 보지 못하고
좌절과 몸부림으로 채운 삶의 갈피
이젠 그마저 행복으로 펼쳐보네.
강촌
배 없는 빈 나루
버들가지 강바람에 춤추고
푸른 그늘 회상의 옷깃은
하얀 그리움에 촉촉이 젖는다.
남빛 애환을 머금은 푸른 강물
한을 삭이며 유유히 흐르다가
성난 듯 울부짖는 강여울 하소연
너라도 있어 객수를 달래누나.
자연은 의연한데 사람은 없고
폐허의 빈집 홀로 웃는 나팔꽃
향수에 젖은 추억 먼지를 털고
기지개 켜며 빙그레 웃는다.
겨울에서 겨울 속으로
눈 덮인 산길을 오른다.
신발에 동여맨 아이젠이
미끄러운 눈길에 몸을 잡아준다
나목의 앙상한 가지엔 상고대가
하얀 얼음 꽃을 피어내고
하늘은 파랗게 시린 얼굴로
싸늘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나무들의 겨울나기가
묵직한 무게로 가슴에 와 닿는다.
겨울에서 겨울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고 있다.
찬바람이 콧등을 할퀸다.
앙상한 억새가 사각사각 몸부림치고
엷은 겨울 햇살이 수줍게 웃는다.
겨울은 겨울대로 겨울 속에서
억새처럼 몸부림치며 견디는 거지
발가벗은 나목 앙상한 가지
차가운 얼음 꽃을 피우면서도
뜨거운 사랑으로 새싹을 키우는 거지
내면의 본향을 찾아 그리움을 삭이며
삶을 사랑하고 부둥켜안는 거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등성이가
꿈틀꿈틀 살아서 용트림을 한다
주름치마처럼 펼쳐진 골짜기
음부를 가리듯 그늘을 지우고
푸른 호수는 하얀 입김을 내뱉는다.
세차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도
오히려 따사롭게 가슴에 스며든다.
겨울은 겨울대로 겨울 속에서
용트림하는 구불구불한 산등성이처럼
꿈틀대는 세상 차가운 시련
몸으로 부딪쳐 나가는 거지
세파의 차가운 모진 바람도
따뜻한 사랑으로 가슴에 품는 거지
그립고 그리운 그리움 너머
저벅저벅 걸어오는 사랑하는 임
기다림의 방 문 열어 놓고
울림으로 듣는 발자국 소리
기다림으로 듣는다 조용조용히
까치밥
감나무 우듬지 까치밥 세 개
지빠귀 찾아와 시식을 한다.
파란 겨울하늘 찌를 듯
쭈뼛한 기지에 매달린 감
다 거두지 않고 남겨 두는 것
나눔과 배려의 사랑입니다
씨 과일로 남겨 먹지 않는
소박한 아름다움입니다
자연 순환의 염원
꿈이 서린 마음의 여백입니다
고이고이 전승된 지혜
까치밥은 희망입니다
나팔꽃
찌그러진 폐가 허물어진 담장
힘겹게 기어올라 울 넘어 보며
곱게 핀 파란 나팔꽃 웃고 있다
인적 끊긴 폐허 속에 너 홀로
애절한 사연 가슴에 묻어두고
사무친 그리움 보랏빛 물들었나.
고향땅 정든 집 떠난 사람들
이끼 낀 세월 묻힌 이야기
바람이 속삭여 들려주는지
나팔꽃 살래살래 고개 흔든다
눈꽃
나뭇가지에
하얀 눈꽃이 피었다
밤새 젖은 안개는
살얼음을 보태고
겨울 나목은
웅크리고 서서
한설을 이겨낸다.
눈꽃보다 흰
백발을 얹고 서서
거치러지고 메마른
마음살결 파고드는
시린 외로움
겨울나무처럼
世波를 견디고 있다.
밤이 깊으면
별빛은 더욱 빛나고
외로움의 언덕과
슬픔의 강을 건너면
지혜의 밝은 불빛
두려움 걷어내고
어둠의 바다 바라본다
멈춤의 미학
시냇물이 소리치며 흐르다가
웅덩이에 모이면 소리는
사라지고 고요해 지듯이
생각을 멈추고 명상에 잠기면
마음의 고요에 편안해 진다
잰걸음 걷다 돌부리에 걸려
멈추어 설 때 문득 보이는
길섶의 하얀 버들강아지
굼실굼실 기어 나올 듯하다
그래 사물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눈을 떠야 보는구나.
서두르는 조급한 마음에
情부치지 못한 아름다움은
얼굴을 감추고 떠나가고
잠깐 멈춰선 마음의 餘白에도
연인처럼 입맞춤하는 행복
마음의 고요는 力動을 內包한
內省의 채움인 것을
하늘을 보자
푸른 하늘은 언제나 희망이다
박꽃이 피는 밤
잃어버린 세월 허무의 그림자
영혼은 외로움의 한기에 떨고
그리움에 반쪽을 앗긴 반달은
시리도록 푸른 달빛을 토한다.
기다림을 삼키고 핀 하얀 박꽃
가슴 저미는 아픔을 삼키는지
사르르 떠는 꽃잎 애련이 배어
침잠된 슬픔을 두드리고 있다
외로움도 슬픔도 지나고 나면
그렇고 그런 감성의 유희려니
별빛 두드리며 은하수 건너면
상념은 잠들고 새벽은 오리라
빗겨간 세월 자존의 낡은 등걸
삶의 가지에 사랑이 피어나고
겸손의 손길에 잡히는 작은 행복
마음의 어둠을 햇살처럼 밝힌다.
백야(白夜)
깊은 밤 귀뚜라미 우는 소리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는가
무덥게 가라앉은 까만 어둠을
상념의 안개가 하얗게 지운다
고갈된 감성 황량한 마음 밭
쇠비름처럼 자라는 번민
뽑고 뜯어도 가지를 치고
불편한 동행에 뒤척이면서
막바지 더위 여름의 몽니
옥잠화 하얀 웃음 감싸고
쪽빛 그리움 넘실대는 밤하늘
외로움의 조각배 저어가네
2013. 8. 19. 3:40
살다보면
살다보면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이런저런 구실로 지나온 세월
무심이 미련(未練)되어 가슴 시리게 하고
연민의 창문에 그림자로 남는 사람
살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삶의 갈피에 오롯이 남아
창문에 새어드는 하얀 달빛처럼
가슴 설레게 하는 애틋한 사랑
살다보면
잊히지 않는 아픔이 있다.
마음에 옹이로 박힌 상흔
기억의 긁적임으로 도질 때마다
망각의 연고를 발라도 아물지 않는 상처
살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환영이 있다
송이송이 피어나는 추억의 꽃밭
훨훨 날아드는 나비가 되어
그리움 펼치는 영혼의 춤사위인가
살다보면
살다보면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이런저런 구실로 지나온 세월
무심이 미련(未練)되어 가슴 시리게 하고
연민의 창문에 그림자로 남는 사람
살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삶의 갈피에 오롯이 남아
창문에 새어드는 하얀 달빛처럼
가슴 설레게 하는 애틋한 사랑
살다보면
잊히지 않는 아픔이 있다.
마음에 옹이로 박힌 상흔
기억의 긁적임으로 도질 때마다
망각의 연고를 발라도 아물지 않는 상처
살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환영이 있다
송이송이 피어나는 추억의 꽃밭
훨훨 날아드는 나비가 되어
그리움 펼치는 영혼의 춤사위인가
색시비 내리는 날
어둠새벽 내리는 색시비
풀잎에도 나뭇잎에도
수줍은 듯 살포시 내립니다.
켜켜이 쌓인 그리움 녹아내려
유리창에 흐르는 물방울처럼
메마른 가슴 적십니다.
추억은 흘러간 강이 아니라
회돌이 하는 물줄기인지
그리움의 타래를 풀어
시간의 날줄에 올올이 씨줄
엮어 추억을 짜고 있습니다.
내려놓지 못하는 그리움
타서 재가 된 회색빛 사랑
불씨로 남아 연민을 사르는지
그 때처럼 비를 맞으며
정답게 함께 걷고 싶은데....
밖에는 보슬보슬 이슬비 내리고
아픈 이별
세월의 맷돌에 추억을 간다.
망울망울 흘러내리는 그리움
지나고 나면 회한만 남고
그리움의 그늘엔 슬픔이 고여
연민에 타는 가슴을 적신다.
서리 맞은 들국화 시든 잎사귀
노란 꽃송이 가엾은 눈 맞춤
그리움 새기는 짙은 향기에
길가 은행잎이 우수수 지고 있다.
슬픔으로 얼룩진 내 가을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낙엽처럼 지우고
불효의 나이테를 촘촘히 각인하며
슬픔의 물결에 이별을 띄우고
목메는 사모곡에 가슴을 태운다.
2012.10.28 어머니를 보내고
여우비
파란하늘 따가운 8월 햇살
국망산 마루 험상궂은 먹구름
성난 듯 덮쳐오며 비를 뿌린다
계명산 봉우리는 햇볕이 쨍쨍
여우비 요술에 곱게 뜬 무지개
아련한 추억 그리움 피어오fms다
흐렸다 개었다 하는 내 마음
회색빛 외로움 슬픔으로 쏟아내면
사랑의 햇살이 조용히 찾아들고
고뇌도 아픔도 여우비처럼 지나가
비 갠 하늘처럼 맑아진 마음
삶의 언덕에 희망의 무지개 뜬다
우리의 고향 원수암
배산은 성인산 안산은 보광산
성인산 줄기아래 고즈넉이 자리한
산 깊고 물맑은 산골마을 원수암
우리 나고 자란 애증어린 고향
할머니 외할머니 부모님 사랑
오롯이 마음속에 담긴 그 곳
허기진 세월 인고의 삶이 엉긴
가난과 고난의 기억이 도지는 곳
그래도 꿈과 희망을 키우고
정과 사랑이 넘쳐나던 시절
세상의 때가 끼지 않은 맑고
순수한 영혼이 잠겨 있는 곳
이젠 세월의 뒤안길을 돌아
그리움이 가슴에 서릴 나이
사랑으로 보듬고 다독이며
세파의 강 징검다리를 건너자.
이대로가 좋다
시간에 허물어진 젊은 초상
그건 세파에 씻겨간 하얀 물거품
허둥댄 발자취에 고인 그리움은
욕망에 그을린 허물어진 자존
열리지 않은 내일의 문고리를 잡고
초연하게 버티고 선 지금
나는 이대로가 좋다
늙음도 세월이 선사하는 선물
바지도 셔츠도 헐렁하게
마음도 허허롭고 느긋하게
주름진 얼굴 쓱쓱 문지르고
헝클어진 머리카락 동여매고
낡은 신발 질질 끌고 다녀도
눈치 볼 것도 뭐라 할 사람 없고
마음 편한 이대로가 좋다
석양빛 드리운 황혼의 바닷가
노을에 물든 금빛물결 일렁이고
긴 그림자 벗 삼아 걸어가는 길
밝은 달 두둥실 떠오르면
술잔에 잠긴달 사르르 삼키고
아픔도 외로움도 다독이면서
바람에 흘러가는 구름처럼
세월에 실려 가는 거침없는 삶
나는 이대로가 좋다
한낮의 상념
폭염이 내려쬐는 한낮
아스팔트도 녹아내릴 듯
화끈하게 내뿜는 복사열로
가로수 잎이 늘어져 있다.
이글거리는 도로 위를
차들은 질주하고
거리에는 인적이 뜸한데
폭염경보 열대야 전력비상
요란한 뉴스 멘트가 마음을 달군다.
언덕바지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재 넘고 들판을 지나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더위 식히며
웃고 장난치던 아련한 시절
삭막한 도심에서 향수를 그리며
여름이 더운 것이 별거냐고
헐렁하게 마음더위 먼저 식히고
그리움 스치는 서늘한 외로움에
옛 친구 얼굴 추억으로 꺼내본다
3012.7.24
筆魂을 춤추게 하라
싱그러운 푸른 오월
열아홉 展示會의 문을 연다.
熱情이 있는 한 모두가 靑春
세월이 입혀준 나이의 옷을 벗고
젊음으로 同化된 祝祭 한마당
燦爛한 中原文化의 터전
文化의 血流는 뜨겁게 흘러
들꽃처럼 피워낸 心花
그윽한 墨香 은은히 퍼지고
藝鄕 忠州 傳統은 永遠하리라
저 푸른 漢江 硯池에
書聖 金生의 얼을 갈아
月岳의 筆鋒으로
筆魂을 춤추게 하라
文化中興의 地平위에
雄揮한 筆劃으로 삶을 쓰자
하얀 통증
객창을 흔드는 바람의 두드림
불면의 하얀 통증을 할퀴고 있다
커튼사이로 바라보는 밤하늘에
별무리 흐름 위를 걷고 계신 어머니
내 그리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저 먼 곳으로 홀연히 가고 있다.
말없이 바라만 보아도
마음을 헤아려주던
이 세상 단 한분 어머니
연을 끊고 가신 저 세상
마음의 눈길로 넘겨보며
그리움 불붙여 향을 사른다.
세월이 펼치는 시간만큼
망각의 지우개로 지워가고
가슴에 응어리진 슬픔도 녹슬어
가슴속 연민으로 품은 어머니는
푸른 은하를 홀로 건너고
잠 못 이루는 밤 지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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