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종'의 의미와 유래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서거(죽음의 높임말)를 뜻하는 천주교(가톨릭) 용어로,
선종이란 말이 등장하는 것은 중국 고전 중의 하나인 『장자(莊子)』제6 대종사(大宗師)편에서다.
대종사 편에는 생(生)과 사(死)에 관한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사람의 형체를 갖게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런데 사람의 형체는 갖가지로 변하여 그 시작과 끝이 없으니 그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즐거움이 된다.
그러므로 성인(聖人)은 그 모든 것이 빠져나갈 수 없는 경지에서 노닐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일찍 죽거나 늙어 죽어도 좋으며, 태어나서 죽은 것도 좋다(善夭善老, 善始善終).
사람들은 이를 본받으려 하면서, 하물며 만물이 서로 얽혀있고 모든 변화가 달려있는 것은 본받지 않겠는가.” 1652년 베이징(北京)에서 간행한 한문 교리서 '선생복종정로(善生福終正路)'에 들어 있는 말이다. 일상 생활에서 교리의 가르침에 따라 착하게 살다가 복되고 거룩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올바른 길을 가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 도입한 사람은 최양업 신부(세례명 토마스)였다.
그는 1849년 사제 서품을 받아 조선 천주교 사상 두 번째 신부가 됐다. 중국에서 가져온 한문 교리서를 번역 보급하고 전교(傳敎)하는 데 온몸을 바쳤다. 영생을 예비하는 삶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해 '선종가(善終歌)'라는 노래를 직접 작사해 보급하기도 했다. 천주교에서 죽음을 뜻하는 말로 공식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1880년이다. 당시 리델 주교 등 프랑스 선교사들이 최초의 한불(韓佛)자전을 만들면서 '선종'을 수록해 이 말이 천주교에서 죽음을 뜻하는 용어로 공식화했다.
동사로는 '선종했다' 또는 '선종하셨다'고 하면 된다. 따로 선종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교황이든 추기경이든 삶을 마감하면 그들의 용어로 'pass away' 또는 ‘di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선종은 한자문화권에 속한 한국의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독특한 용어인 셈이다. 테레사 수녀와 요한 바오로 2세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선종'이란 용어가 사용됐다. 죽음을 일컫는 용어로 소천(召天)이란 말을 쓴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다'는 뜻이다. 동사로는 '소천했다' 또는 '소천하셨다'고 하면 된다. 개신교에서는 '소천'으로 죽음을 각각 부르듯이
신(神)을 일컬을 때도 천주교에서는 '하느님', 개신교에서는 '하나님' 으로 다르다. ![]()
죽음을 표현하는 용어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곡례(曲禮)' 편에는 같은 죽음이라도
천자는 '붕(崩)', 제후는 '훙(薨)', 대부(大夫)는 '졸(卒)', 사(士)는 '불록(不祿)'이라 하고, 일반 백성은 '사(死)'라 한다고 했다. 신라, 고구려, 백제의 모든 왕의 죽음을 '훙(薨)'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죽음의 표현으로만 본다면 스스로 제후국임을 자인한 것이다. 불교를 따라올 곳은 없을 것이다. 열반(涅槃), 반열반(般涅槃)이나 입적(入寂), 원적(圓寂), 시적(示寂), 입멸(入滅) 등은 비교적 잘 알려진 불교에서 죽음을 지칭하는 용어들이다. 입적(入寂)이나 열반(涅槃)이란 말을 많이 쓴다.
중이 죽는 것을 뜻하며
'열반'은 일체의 번뇌에서 벗어나 완벽한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석가모니를 비롯한 고승의 죽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생사의 고통을 쉬고 열반에 들었다거나, 적멸(고요)의 경계에 들거나, 그 경계로 드는 모습을 원만하게 보였다는 의미다. 불교의 죽음에 대한 표현에는 마침(終)의 의미가 없고,
어디(어떤 경계)로 들다(가다)는 의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불교에는 비슷한 것으로 선서(善逝)라는 표현이 있다.
선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 가지 칭호(여래십호) 중의 하나로 윤회의 생사해에 빠지지 않고 저 언덕(彼岸)으로 잘 간 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세상에 그 몸을 나투실(나타내 보일) 때도 법답게 오시지만(如來) 세상과의 인연을 접으실 때도 지극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신다는 의미다. 이 세상을 복되게 살다가 잘 마친 이라는 표현이라면,
◐선서는 여법하게 오셨다가 여법하게 가신 분이라는 표현이다.
여기에는 무시무종의 불교적 세계관이 스며있다. 천도교에서는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로 환원(還元)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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